클럽하우스 건축 이야기

2026.02.20 관리자 조회수 102회

[클럽하우스 건축 이야기]

 

-조호 건축의 나인브릿지와 설해원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골프 코스는 인생 여정과 같다고 한다. 홀마다 새로운 도전과 성취, 좌절이 존재한다. 우리는 18홀 동안 축약된 의미의 삶을 경험하기에 골프의 매력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가 없다. 코스 디자이너에게 자연이란 설계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자 디자인을 위한 최고의 재료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축가에게 클럽하우스란 라운딩의 시작과 끝인 동시에 골프 코스가 빚어내는 시간적 스토리텔링의 시작점일 것이다.

 

 나는 2개의 골프 클럽하우스를 디자인했다. 하나는 제주에 있는 클럽 나인브릿지 증축이었고, 다른 하나는 설해원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이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일정한 시간이 흘러 다른 용도로 새로운 시설물이 필요해 시작했지만, 디자인의 스토리와 건축적 구법은 매우 다르게 진행되었다. , 제주 나인브릿지가 기존 클럽하우스를 유지한 채 연회를 위한 유리 파고라 및 레스토랑을 증축하는 것이었다면, 설해원의 경우 라커, 카트고, 레스토랑 신축 등 거의 신축에 가까운 전면 리모델링으로 진행했다. 두 클럽하우스가 제주와 양양이라는 서로 다른 기후 조건을 지니고 있는 만큼 클럽하우스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스토리의 시작점 또한 상이했다.


 

-제주 나인브릿지 파고라-

 

 우선 제주 나인브릿지의 시작점은 사뭇 흥미롭다. 나인브릿지를 건설할 때부터 클럽하우스 중앙에 6백 년 된 팽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바로 옆에 다용도 연회장 및 레스토랑을 증축하는 일이었다. 조건은 최대한 나무가 편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고려한 투명한 유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마치 기존 제주의 자연 위에 놓인 온실처럼 레스토랑의 확장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다용도 연회가 가능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6백 년 된 나무와의 관계성이었다. 신축 파고라는 6백 년 된 나무를 최대한 편하게 해야 하고 이후 자라는 수형을 고려해 입면을 디자인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 건축적 질서와는 다른 나무 그 자체의 구조적, 설비적 형태로 건축을 구축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 나무에 대한 오마쥬로부터 파고라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기존 건축물이 구조와 설비 덕트가 별개로 나뉘어 있다면, 나무는 기둥 그 자체가 양분을 흡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에 착안해 파고라의 구조는 구조와 설비가 하나의 줄기로 결합된 이중 덕트 시스템을 고안하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12밀리미터 두께의 철판을 용접해 메인 구조체를 형성한 후 내부에 환기 덕트를 일체화시켜 파고라 내부의 냉방, 온방 및 습도를 조절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시공이었다. 더블 밴딩된 커브 형태가 보여주듯 각기 다른 곡면을 가진 구조체는 한국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었지만, 반강화 처리된 이중 곡면 로이 복층 유리는 한국에서 생산하기 힘든 특수 유리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파리 루이 뷔통 재단 건물의 이중곡면 유리를 생산한 중국업체에 유리제작을 의뢰하였다. , 골조는 한국에서 제작하고 유리는 중국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당시 클럽 나인브릿지는 PGA 투어 CJ컵 개최를 앞두고 있어 공사 일정이 촉박하였고 중국 측 제작 스케줄을 감안할 때 골조와 유리의 오차가 생길 경우 이를 수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오차를 제어하기 위해 3D 스캐너로 한국 공장에서 제작한 골조 치수와 중국에서 생산한 유리의 곡률값을 3D 데이터로 저장, 공장에서 검수해 현장에서 오차 없이 완공할 수 있었다. , 이중 곡면으로 형성된 80여 개의 철골 구조와 160여 개의 비정형 곡면 유리, 140여 개의 곡면 유리를 오차 없이 짧은 기간 내에 완성한 것은 국제적인 협업 시스템과 최첨단 시공 방법 덕분이었다. 이처럼 클럽 나인브릿지 파고라는 나무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연 그 자체의 구조를 응용해 건축적으로 완성한 공간이다.


 

-양양 설해원 클럽하우스-

 

 양양에 위치한 설해원 클럽하우스는 기존 36홀에서 45홀로 변경되면서 라커와 카트고, 레스토랑등 필요한 기능들을 위주로 리모델링한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이러한 실질적인 증축 공간 외에 설해원을 상징할 수 있는 캐노피와 기존 설해온천과 연계할 수 있는 회랑 등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의 변경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증축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구조적, 재료적 대안을 필요로 하였다. 가령 수직 증축을 위하여 SRC로 기존 구조체를 보강하고 상부의 매스는 철골 구조로 시공하였다. 전면과 측면의 수평 증축은 철근 콘크리트로 시공해 기존 건물과의 일체성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해원만이 지니는 정체성의 구성이었다. 이에 설해원이 가진 특징,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특성을 건축적 형태로 구축하기 위해 특징적인 지붕을 디자인하였다. , 한쪽 면에서는 산의 형상을 이루는 삼각형 형태지만 반대 면에서는 바다를 상징하는 수평면과 만나 형성된 새로운 타입의 박공지붕을 디자인한 것이다.

 

 이런 새로운 박공지붕과 더불어 캐노피는 설해원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야만 하였다. 클럽하우스 진입시 마주하게 되는 캐노피는 30m에 이르는 공학용 목재인 글루램과 비틀림을 저항하기 위한 W 형태의 철골로 결합돼 구조적으로 비틀림 횡력에 저항한다. 또한 12개의 V자형 수직 부재를 연결해 자칫 지나치게 육중해 보일 수 있는 매스에 경쾌한 볼륨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를 떠받치고 있는 수평 보는 하부를 곡면 처리해 자칫 불안해 보일 수 있는 구조적 육중함에 미학적인 안정감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새로운 박공지붕과 함께 설해원의 건축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요소는 박공 지붕을 관통하는 빛이다. 박공지붕 상부에 천창을 두어 빛의 시퀀스에 따라 각기 다른 동선들을 빛을 통해 연결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 박공의 형태가 달라짐에 따라 이를 관통하는 천장의 깊이도 달라지고, 이를 통해 받아들이는 빛의 감성 또한 바뀌게 되는 것이다. , 설해원의 의미처럼 산과 바다, 그리고 빛의 정원이라는 의미로 건축공간을 발전시킨 것이다.

 

 형태적 스토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해원 클럽하우스는 다양한 재료로 구성하였다. 전면 입구는 목재를 통해 설해원의 진입 축으로서 따듯한 감성과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내포한다. 측면에 증축한 레스토랑은 라운드 처리된 금속을 통해 한국적 서까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또한 수직 증축한 매스는 백색 대리석으로 구성해 후면부의 매스와 일체화하도록 의도하였다. 증축에 사용한 재료는 대리석, 백색 금속 루버, 검정 라운드 패널, 스타코, 글루램 목재 등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설해원은 클럽하우스의 새로운 정체성을 건축적으로 해결한 프로젝트다. 더 나아가 기존 골프텔, 온천과의 연결성 및 앞으로 개발하게 될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상 클럽하우스가 지닌 의미를 과거의 텍스트 위에 건축적 장치들을 통해 완성한 것이다.

 

 건축에서 장소란 영감의 시작이자 모든 이야기를 풀어가는 매개체다. 건축가는 이러한 장소가 지닌 의미를 해석하고, 유의미한 공간으로 해석해내는 일을 한다. 공간을 형성한다는 것은 대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어떤 이야기로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맥을 같이한다. 이렇듯 건축적 시선으로 완결한 클럽하우스는 코스가 빚어낸 시간적 여정과 더불어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23.04

이정훈

[이 글은 GQ Golf 로부터 공식 기고 의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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