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Philia Magazine]
Q: 건축으로의 여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항상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A: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전공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 되었을 때 건축가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가족 중에는 조경가와 건축가가 있었고, 어린 시절 휴가를 보내던 할아버지 댁의 공간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저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건물을 구상할 때 가장 처음 무엇을 출발점으로 삼으시며, 클라이언트의 비전을 어떻게 건축적 형태로 번역하시나요?
A: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듣다 보면, 우리가 찾고 있는 방향과 해답은 이미 그 안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의 본질적인 목적과 기능에 대한 대안을 하나씩 추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적절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건축은 논리적 사고의 결과이며, 미학과 공학의 종합입니다. 대지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그 가능성으로부터 출발한 합리적인 전개 과정을 통해 디자인은 점차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저는 대지가 주는 영감, 기능을 해결하는 논리적 대안, 그리고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건축가로서 자신의 디자인 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A: 저는 건축의 본질이 구축성(constructiveness)에 있다고 믿습니다. 건축이 다른 예술과 구별되는 점은 기능과 형태의 변화가 구조적 구축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건축의 구축적 본질과 그것이 수반하는 재료적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대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를 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구축을 통해 드러나는 구조적 특성이 나타납니다. 저는 장소에 담긴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재료의 구축성과 장인적 디테일을 통해 건축으로 번역합니다. 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저의 건축은 “디지털 도구로 무장한 구축적 장인정신(constructive craftsmanship)”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어떻게 혁신성과 시간성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동시대적이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건축을 만드시나요?
A: 저는 전통에 대한 동시대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방식과 다른 새로운 구축적 해법을 발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즉, 전통을 통해 현재를 재해석하고, 그 동시대적 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적 과정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가치가 서로 연결됩니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본질적인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해답을 전통적 설계 원리 속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은 건축을 통시적(diachronic) 관점과 공시적(synchronic)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보게 합니다.
Q: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프로젝트 하나와, 그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최근 대나무 숲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파빌리온을 완성했습니다. 이 건축은 백색 UHPC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으며, 그 표면에는 한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입면에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 중 하나인 『반야심경』의 내용을 한글로 압축하여 표현했습니다. 파빌리온의 치수, 각도, 문자 배열은 불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 수적 체계에 따라 구성되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종교적 의미에 대한 개인적 건축 해석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명상적 환경으로 구현한 이 프로젝트는 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세계의 건축 작품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피터 춤토어(Peter Zumthor)의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Bruder Klaus Field Chapel)을 매우 존경합니다. 그 프로젝트가 지닌 의미, 구축 과정, 그리고 공간과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감성은 매우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건축은 장소의 의미와 그 서사가 서로 얽혀 있을 때 가장 감동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밀밭의 풍경과 채플 내부로 들어오는 빛은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건축적 이야기를 형성합니다.
Q: 건축가로서 가장 즐겁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인허가를 위한 행정 절차는 언제나 어려운 부분입니다. 건축 법규는 많은 제약을 동반하며, 행정 시스템은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행정 과정은 설계 과정만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며, 법규에 대한 모호한 해석은 프로젝트 진행을 쉽게 방해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략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장 즐겁지 않은 부분이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건축이 순수 예술과 구별되는 점은 바로 이러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영감을 주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A: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저는 산을 찾습니다. 숲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자연이 있었고, 우리는 그 위에 문명을 구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해답은 결국 자연 속에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항상 대지를 직접 걸으며 주변 환경을 관찰합니다. 장소의 지형과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최근에는 서예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자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서 비롯된 형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기하학적 질서를 통해 구성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건축의 구성 원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양 철학에서 ‘공(空)’ 또는 ‘공간(space)’의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채움과 비움 사이의 역동적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창조의 과정입니다.
Q: 건축을 할 때 항상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나요?
A: “나는 이 프로젝트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는가?”
Q: 오늘날의 건축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디지털 통합 시대에는 디자인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AI의 등장으로 이러한 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시대에 건축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시간성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입니다. 현대 건축은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속도에 기능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공간 경험의 질이 반드시 향상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정체성이 결여된 공간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시간성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Q: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건축가의 삶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서두르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equally 중요합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내와 타인에 대한 열린 태도가 필요합니다. 건축은 결국 이러한 이해와 타협의 과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2025.10
이정훈
[이 인터뷰는 Philia Magazine에 공식 요청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