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겐고, 「점, 선, 면」 서평: 구성에서 질감의 건축으로

2026.02.13 관리자 조회수 92회

[구마겐고, 「점, , 면」서평: 구성에서 질감의 건축으로]

 

 20세기는 팽창의 시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팽창이란 공간뿐 아니라 재화, 사람, 그리고 시간의 개념을 의미한다. 팽창의 시기의 건축이란 자본이 곧 속도로 치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의 속성상 시간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잉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잉여로서의 물질은 공간의 개념을 자본으로 탈바꿈 시켜놓았고 우리는 그것을 시대정신이라 생각해 왔다. 이러한 잉여로서의 공간, 팽창으로서의 시간개념에서 콘크리트라는 질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것은 20세기에 필요로 했던 대량생산과 자본의 신속한 확장이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건축방식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19세기말  오귀스트 페레 Auguste Perret가 시도한  콘크리트 건축은 당시에는 고비용 건축이었이만 이후 보편적 확장을 통해 20세기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공학적 교본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렇듯 콘크리트 질료가 지닌 볼륨의 공간성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규정짓는 기본적 토대가 되어왔다. 즉 콘크리트는 질료적 속성상 부재가 지닌 결구에 대한 해석보다는 기둥과 보로 구성된 구조시스템, 즉 볼륨 지향적 재료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점, , 면’은 이러한 점에서 20세기 모더니즘, 확장주의 시대의 보편적 소재인 콘크리트에 대한 비판적 해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손쉬운 구조로서 이해되는 콘크리트의 확장성과는 다른 구축방식에 접근하기 위하여 건축 역사 속에서 점과 선, 그리고 면의 건축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기술하고 있다. 이는 콘크리트가 지닌 확장적 맥락과는 다른 건축 어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적 변용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건축은 본질적으로 3차원적 볼륨을 다루지만 그것들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축체계는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필연적으로 3차원적 볼륨을 구성하기 위한 재료의 유닛체계에 대한 이해와 이를 공간화 하는 방식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구축의 문제가 역사속에서 당대의 기술적, 문화적 방식에 따라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이를 건축가가 어떻게 해석하였는지 설명하고 있다. 로지에 Laugier의 원시 오두막 The Primitive Hut, 브루넬리스키 Brunelleschi의 이중 쉘구조 double shells structure, 그리고 팔라디오 Palladio 의 빌라 로톤다 Villa Rotonda 등 역사적으로 발전되어온 건축의 양식들은 이러한 점, , 면의 체계가 재료의 특징과 만나는 지점에서 구축되어졌다. 이러한 예시들을 통하여 콘크리트가 대중화되기 전의 다양한 재료의 구축방식과 당대의 건축시스템과의 관계성을 통해 새로운 미래적 대안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팽창의 시대에서는 효율적인 공간구성과 볼륨을 구성하는 속도가 모든 건축적 과정을 지배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분하고 내외부의 관계성을 손쉽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강한 건축이 그러한 구성을 손쉽게 하는 것이라면 약한건축은 그러한 구성 요소들 사이의 관계성들을 열린 구조로 만들어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콘크리트에서 나무로‘의 가치는 재료가 지닌 본질적 구축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건축적 공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볼륨이 아닌 선으로서의 건축은 콘크리트가 지양하는 무겁고 강한 건축과는 다른 약함으로서 대체가능한 건축, 또한 대체가능함으로 인해 영속적인 건축을 의미한다. 그것은 팽창과 잉여를 위한 구축성과는 다른 무한히 가벼움으로서 영원할 수 있는 건축을 의미한다. , , 면이 만들어낸 구성으로서의 공간이 아닌 그것들 사이의 질감으로 구축해낸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고민해 보야 할 새로운 공간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21.05

이정훈

[이 글은 디자인 전문 출판사 안그라픽스(Ahn Graphics)로부터 공식 기고 의뢰를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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